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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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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Anthropocene

인류세(Anthropocene) 시대의 기독교 선교 사명에 관한 신학적 논고

익명 · 2026. 4. 30.

인류세(Anthropocene) 시대의 기독교 선교 사명에 관한 신학적 논고

머리말 — 인류세라는 지질학적·신학적 도전

2000년 파울 크뤼천(Paul Crutzen)과 유진 스토머(Eugene Stoermer)가 공식화한 '인류세' 개념은 단순한 지질학적 시대 구분을 넘어, 인류 문명이 지구 시스템 전체를 구조적으로 변형시키는 새로운 지구사적 단계의 도래를 선언한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등, 생물다양성의 대량 소실, 해양 산성화, 플라스틱 오염의 지층 침적, 기후 임계점(tipping point)의 연쇄 붕괴 가능성 — 이 모든 지표는 인류가 이제 지구의 피조물적 수혜자를 넘어 지구 시스템의 지배적 지질학적 행위자가 되었음을 증언한다.

이 전례 없는 상황은 기독교 선교학에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복음은 인류세라는 지구적 위기 속에서 무엇을 선포해야 하는가? 선교의 사명은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는가? 본 논고는 성경신학·선교신학·생태신학의 삼중 지평에서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본문 I — 인류세의 신학적 진단: 죄의 지구화(Globalization of Sin)

인류세 현상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성경이 진단하는 죄(hamartia)의 구조적·지구적 확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창세기 3장이 묘사하는 타락의 결과는 인간 상호 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인간과 토지(adamah) 사이의 근본적 단절을 수반한다(창 3:17-19). 사도 바울은 로마서 8장 19절에서 "피조물이 고대하는 바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는 것"이라 선언하며, 피조 세계 자체가 구원의 대상이자 파트너임을 신학적으로 확인한다.

인류세의 생태 위기는 이 구조적 죄의 현재적 표현이다. 그것은 세 가지 차원으로 분석될 수 있다.

1) 인간 중심주의적 청지기직의 왜곡
1-1) 창세기 1장 28절의 '다스림(radah)'과 '정복(kabash)'은 착취적 지배가 아니라 왕적 책임을 수반하는 청지기적 돌봄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클라우스 베스터만(Claus Westermann)을 비롯한 구약학자들은 이 구절의 제왕적 이미지가 피조물 보호의 책임을 함의함을 일관되게 강조하였다.
1-2) 산업 문명은 이 청지기직을 착취적 지배로 전도(顚倒)시킴으로써 인류세 위기의 신학적 근원을 제공하였다.

2) 소비주의 우상숭배의 체계화
2-1) 무한 성장을 전제하는 현대 자본주의적 세계관은 성경이 금하는 탐욕(pleonexia, 골 3:5)을 경제 체계의 구조적 원리로 정착시켰다.
2-2) 이 우상숭배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제도적·문명적 차원에서 지구의 임계 용량을 초과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3) 세대 간 정의의 침해
3-1) 현세대의 과잉 소비는 미래 세대와 현재의 취약 공동체 —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도서 국가 및 저지대 민족들 — 에 대한 불의(adikia)를 구조화한다.
3-2) 이는 선지자적 전통이 일관되게 고발한 약자에 대한 억압의 21세기적 형태로 평가될 수 있다.

본문 II — 인류세 시대 선교의 신학적 재정향: 미시오 데이(Missio Dei)의 우주적 확장

칼 하르텐슈타인(Karl Hartenstein)이 정식화하고 데이비드 보쉬(David J. Bosch)가 발전시킨 미시오 데이(Missio Dei) 신학은 선교를 교회의 사업이 아닌 하나님의 사명에 교회가 참여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인류세 시대에 이 미시오 데이는 우주적 차원(cosmic dimension)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선교는 영혼 구원만이 아니라 피조 세계의 갱신(anakephalaiōsis, 엡 1:10)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인류세 선교의 신학적 재정향은 다음과 같이 서술될 수 있다.

1) 통전적 선교(Integral Mission)의 생태적 확장
1-1) 1974년 로잔 언약과 2011년 케이프타운 서약은 선교를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의 통합으로 이해하였다. 인류세 시대의 통전적 선교는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생태적 책임을 선교의 본질적 차원으로 포함하여야 한다.
1-2) 케이프타운 서약(2011) I.7절은 "우리는 하나님의 피조물을 사랑하며, 피조물 돌봄이 복음에 대한 순종의 한 부분임을 확언한다"고 명시한다.

2) 예언자적 증언: 생태적 불의에 대한 선지자적 고발
2-1) 아모스, 이사야, 미가의 선지자적 전통은 구조적 불의에 대한 고발을 선교적 사명의 핵심으로 삼는다. 인류세 시대의 선교는 기후 불의, 탄소 식민주의, 생물다양성 착취에 대한 예언자적 발언을 사명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2-2) 특히 기후 취약 지역 — 태평양 도서국, 방글라데시 삼각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 의 민족 공동체들과의 연대는 선교적 연대(missional solidarity)의 구체적 표현이다.

3) 종말론적 희망의 재해석: 새 창조(New Creation)의 연속성
3-1) 베드로후서 3장 10절의 "불에 타서 녹아 없어지는" 종말론적 표상을 근거로 삼아 피조 세계의 돌봄을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신학적 입장은 요한계시록 21장 1-5절과 로마서 8장 21절이 제시하는 새 창조의 연속성과 갱신의 희망에 의해 교정되어야 한다.
3-2) 클라우스 놀(N. T. Wright)과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은 새 창조가 현재의 피조 세계를 무효화하는 것이 아니라 변혁적으로 갱신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이는 피조 세계 돌봄에 강력한 종말론적 동기를 제공한다.

본문 III — 인류세 선교의 실천적 과제: 다섯 가지 선교적 명령

신학적 재정향은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인류세 시대의 선교 공동체는 다음의 다섯 과제를 수행하여야 한다.

1) 생태적 제자도(Ecological Discipleship)의 형성
1-1) 회심(metanoia)은 인간 관계의 화해만이 아니라 피조 세계와의 관계 회복을 포함하는 전인적 변화이어야 한다.
1-2) 지역 교회와 선교 공동체는 탄소 감축, 지역 먹거리 체계, 창조 돌봄 실천을 제자훈련 과정 안에 통합하여야 한다.

2) 지식 생태계의 통합: 과학과 신학의 대화
2-1) 선교사와 현지 사역자는 IPCC 보고서,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 이론 등 과학적 성과를 신학적 성찰의 대화 상대로 진지하게 수용하여야 한다.
2-2) 이는 자연계시에 대한 칼빈의 이해(Institutes I.5)와도 부합하며, 창조 세계를 통한 하나님의 자기 증언을 진지하게 다루는 신학적 태도이다.

3) 토착 지식과의 선교적 대화
3-1) 필리핀, 태평양, 아마존 등 수많은 원주민 공동체는 수천 년에 걸쳐 피조 세계와의 공생적 관계를 형성해 온 생태적 지혜의 보유자이다.
3-2) 선교는 이 지혜를 복음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신학화하는 문화적 겸손(cultural humility)을 실천하여야 한다.

4) 기후 취약 공동체를 향한 우선적 선교적 연대
4-1) 하나님의 선교는 역사적으로 주변부와 취약자를 향한 우선적 지향을 가진다(눅 4:18). 기후 위기의 최전선 공동체는 인류세 시대의 가장 긴박한 선교적 현장이다.
4-2) 인도주의적 지원, 기후 이주민 사역, 복원력(resilience) 강화 프로그램은 선교적 사명의 통전적 표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5) 예배와 선교의 생태적 재구성
5-1) 예배 공동체가 창조 세계 안에서 드리는 예배 — 창조 주일 예배, 계절 감사 예배, 자연 안에서의 영성 훈련 — 는 세계관 형성의 강력한 도구이다.
5-2) 선교적 예배는 창조 세계를 착취 대상이 아닌 하나님의 임재의 성소로 경험하게 하는 영적 형성의 공간이어야 한다.

결론 — 인류세 선교의 신학적 시사점

인류세는 기독교 선교에 대한 위협이기 이전에, 복음의 우주적 범위와 깊이를 재발견하도록 촉구하는 신학적 초대이다. 하나님의 선교는 인간 영혼의 구원에 국한되지 않고 "만물의 통일"(엡 1:10)을 향한 하나님의 역사적·우주적 기획 안에 위치한다.

인류세 시대의 기독교 선교는 세 가지 핵심 원리 위에 세워져야 한다.

1) 창조 신학의 회복 — 피조 세계는 구원의 무대이자 구원의 대상이다.
2) 통전적 미시오 데이의 생태적 확장 — 선교는 영혼·사회·생태의 삼중 통전성 안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3) 종말론적 희망의 현재적 실천 — 새 창조에 대한 희망은 현재의 피조 세계 돌봄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된다.

선교사와 현지 사역자들은 인류세라는 전례 없는 지구사적 국면 앞에서, 복음이 개인의 내면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지구 공동체 전체를 향한 해방과 갱신의 능력임을 선포하고 실천하는 새 창조의 증인으로 부름받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출처]
1. (성경) 창세기 1:28; 3:17-19; 로마서 8:19-21; 에베소서 1:10; 골로새서 3:5; 누가복음 4:18; 요한계시록 21:1-5
2. (참고문헌) David J. Bosch, 「Transforming Mission」, Orbis Books, 1991
3. (참고문헌) Jürgen Moltmann, 「God in Creation」, Fortress Press, 1993
4. (참고문헌) N. T. Wright, 「Surprised by Hope」, HarperOne, 2008
5. (참고문헌) Claus Westermann, 「Genesis 1-11: A Commentary」, Augsburg, 1984
6. (참고문헌) Paul Crutzen & Eugene Stoermer, "The Anthropocene", IGBP Newsletter 41, 2000
7. (참고문헌) 로잔운동, 「케이프타운 서약」(The Cape Town Commitment), 2011, I.7절
8. (참고문헌) John Calvin, 「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 I.5, Westminster John Knox, 1559/1960
9. (참고문헌) IPCC, 「Sixth Assessment Report」(AR6), 202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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